수면부족, 허기를 부른다
수면부족, 허기를 부른다
  • 정우주 기자
  • 승인 2020.11.0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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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부족은 뇌의 화학물질을 바꾸어 마치 환각 상태와 비슷한 ‘허기’를 야기
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수면을 충분히 취한 사람들에 비하여 달거나 혹은 짠 맛의 고칼로리 식품을 선호한다.(ⓒ Getty Images Bank)
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수면을 충분히 취한 사람들에 비하여 달거나 혹은 짠 맛의 고칼로리 식품을 선호한다.(ⓒ Getty Images Bank)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식욕 호르몬을 자극하여 과식으로 이어지기가 쉬우며, 달거나 혹은 짠 맛의 고칼로리 식품을 선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이 보통 건강한 사람들보다도 칩이나 비스킷 혹은 사탕류를 많이 찾게 되는 이유는, 일종의 환각 상태와 같은 ‘허기(munchies)’ 갈망 증세가 수면 부족으로 인하여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수면 부족 시에 뇌의 화학물질이 바뀌는 것은, 대마초로 인한 허기 증폭 성분과 동일한 효과를 보이며, 이로 인하여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의 매출을 오랜 동안 지탱해 왔다고 주장한다.

실제 한 연구에서는 건강 상태가 양호했던 참가자들이, 며칠간 수면이 부족한 상태가 되자 동일한 기간에 수면을 충분히 취한 참가자들에 비하여 많은 칼로리가 함유되고 지방의 양은 거의 두 배가 넘는 스낵을 찾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연구를 주도했던 시카고 대학의 에린 한론(Erin Hanlon)은 “수면이 부족한 상태가 되자 참가자들은 간식거리를 참지 못했고, 심지어는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스낵을 찾았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연구들 덕분에 수면 부족이 비만의 위험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문제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복잡하고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불충분한 수면은 식욕과 포만감을 관장하는 호르몬을 방해한다. 하지만 잠을 덜 잔 사람은 먹을 시간도 많다는 의미이며,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곤 때문에 운동이 부족할 수도 있다. 문제가 더 복잡한 것은, 비만인 사람은 호흡에 문제가 발생하여 스스로 수면 패턴에 방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수면(Sleep)’ 저널에 게재되었던 이번 연구에서, 시카고 대학의 에린 한론은 20대의 성인 남녀 14명을 초대하여 대학 내의 임상 실험 센터에서 4일간의 세션을 두 차례 진행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참가자들의 수면 시간을 통제하여 평균 하루 밤 7.5 시간을 자도록 하였으며, 두 번째 세션에서는 참가자들이 평균 4시간 11분의 수면을 취하도록 하였다. 두 번에 걸친 세션 시간 동안에 참가자들의 섭취량은 동일하였으며, 식사 시간은 오전 9시, 오후 2시 및 오후 7시로 역시 동일했다.

수면 부족과 내인성 카나비노이드 시스템의 활성화는 간식거리 섭취를 통한 쾌락이 증가되면서 동시에 오래 지속되게 만들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자연히 체중 증가의 위험이 상승하게 된다.(ⓒ Getty Images Bank)
수면 부족과 내인성 카나비노이드 시스템의 활성화는 간식거리 섭취를 통한 쾌락이 증가되면서 동시에 오래 지속되게 만들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자연히 체중 증가의 위험이 상승하게 된다.(ⓒ Getty Images Bank)

각 세션의 4일째, 즉 마지막 날에는 참가자들 모두에게 다양한 종류의 간식거리가 제공되었으며, 그러자 수면이 부족했던 세션의 참가자들은 고지방 식품을 폭식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러한 경향은 간식이 체중 증가로 이어지기가 쉬운 늦은 오후 및 초저녁 시간대에 특히 두드러졌다. 

아울러 이들은 불과 두 시간 전에 이미 하루 권장 칼로리 섭취량의 90%가 넘는 식사를 마치고 배가 부른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지방 간식거리에 대한 갈망을 제어하지 못하였다. 수면이 부족했던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300 칼로리의 간식을 규정 식사 이외에 추가로 소비하였으며, 이는 부족했던 수면 시간인 3시간에 필요한 칼로리의 양을 초과하는 수치였다.

수면 부족이 올바르지 못한 음식 선택으로 이어지는 이유를 파헤치기 위해서, 연구원들은 참가자들의 혈액 내에서 다양한 요소들을 조사했으며, 여기에는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ghrelin)과 뇌에게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전달하는 렙틴(leptin)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전의 연구 결과들은, 수면 부족은 그렐린 생성 상승 및 렙틴 생성 감소를 동시에 야기한다는 것을 입증한 바 있다.

하지만 에린 한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인성 카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s)라 불리는 화학물질의 수치도 조사를 하였으며, 그 결과 수면이 부족했을 때, 참가자들의 내인성 카나비노이드 2-AG(endocannabinoid 2-AG)의 수치가 높고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내인성 카나비노이드 2-AG는 특히 달거나 혹은 짠 맛의 고지방 식품을 섭취했을 때 얻게 되는 쾌감을 증가시키는 화학물질이다.

에린 한론은 이에 대해 “마리화나는 내인성 카나비노이드의 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태가 되면 사람들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과식을 하게 되고, 그것도 대부분은 달면서 고지방인 식품을 찾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수면 부족 역시 동일한 상태를 조성하여 과식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한다.

충분한 수면을 취했던 날, 참가자들의 2-AG 수치는 오전에 상승하여 정오를 전후로 피크에 도달했고, 그 이후에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면이 부족했던 날, 참가자들의 2-AG 수치는 33%가 더 높았으며, 오후 2시에 정점에 도달했고, 오후 9시까지 높은 수치가 지속되었다.

에린 한론은 이에 대해 “수면 부족과 내인성 카나비노이드 시스템의 활성화로 인하여 간식거리 섭취를 통한 쾌락이 증가되면서 동시에 오래 지속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자연히 체중 증가의 위험이 상승하게 된다. 수면 부족은 오후의 식탐 갈망 그리고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도록 만들 수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보스턴 소재 ‘브리검 여성 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의 의학 수명(medical chronobiology) 실장인 프랭크 쉬어 (Frank Scheer)는 이번에 발표된 연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코멘트하고 있다. 

“이번 새로운 연구의 결과들 중에서도 내인성 카나비노이드와 음식 보상 메커니즘의 발견은, 수면 부족으로 인한 과식과 체중 증가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상당히 훌륭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결과 덕분에 내인성 카나비노이드를 타깃으로 하는 비만 억제 약품의 개발될 수도 있다. 단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 개발이 완료되려면 더 많은 실험과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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