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 장려하려면 영양 정보보다는 맛을 알려야
건강식품 장려하려면 영양 정보보다는 맛을 알려야
  • 신예슬 기자
  • 승인 2020.09.2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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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식단을 권할 때는 영양 정보가 아닌 맛을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Getty Images Bank
건강 식단을 권할 때는 영양 정보가 아닌 맛을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Getty Images Bank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들이 건강 식단을 권할 때는 영양 정보가 아닌 맛을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강한 식단을 원하기는 하지만, 건강식을 장려하기 위해서 영양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사람들의 식습관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새로운 한 연구에서는, 해당 식품의 맛과 긍정적인 맛보기 경험을 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제안하고 있다.

‘잘 먹자’라는 것이 사실 말처럼 쉽지가 않다. 특히 ‘어떤 식품은 금물’이라는 식의 부정적인 표현은 오히려 ‘잘 먹기’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자들의 새로운 주장에 따르자면, 건강식품이라도 “이 음식은 정말 맛이 훌륭하다”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오렌지 즙을 짜서 바른 당근’ 혹은 ‘완전 숯불구이 아스파라거스’, 이런 식으로 식품의 조리 과정을 환기시키면서 맛을 연상하게 만드는 문구가 들어간 것이,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 등 영양 성분을 강조하는 것 보다 소비자들의 선택 확률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는 채소를 더 많이 먹도록 장려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종적으로 해당 식품이 소비자들에게 실제로 맛이 좋다는 것을 확인을 받아야 한다. 광고만 그럴듯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뿐이다.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이자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과의 부교수인 알리아 크럼(Alia Crum)은 “아마 건강식에 대한 최근의 문화적 접근 방식과는 매우 다를 수 있다. 요즘은 대부분 맛은 도외시하면서 영양 성분을 강조하다 보니까, 소비자들은 부지불식간에 건강식품을 ‘맛이 없고 칼로리만 적은 것들’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는, 왜 그동안은 건강식품이 맛도 훌륭하고 포만감도 제공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는가를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라고 말한다.

◆ 구내식당에서의 경험

과거에는 건강 전문가들과 정책 입안자들 모두가 한결같이 칼로리 수치 등 영양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건강식품 선택을 돕는 것이, 건강한 식단을 장려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은 실제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그 대안으로 건강에 해로운 식품을 집중 소개하기도 하였지만, 그 역시 효과가 얼마 가지를 못했다.

같은 채소 위주의 메뉴라 해도, 다소 향락적인 분위기의 식품 명칭이 건강을 강조하는 명칭에 비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 Getty Images Bank)
같은 채소 위주의 메뉴라 해도, 다소 향락적인 분위기의 식품 명칭이 건강을 강조하는 명칭에 비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 Getty Images Bank)

이번 연구에 참여한 브래들리 턴왈드(Bradley Turnwald)는 “지금까지의 방식들은 사람들에게 건강에 해로운 식품을 피하라는 식에 치우쳐 있었다. 그러면 건강한 식습관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강식을 실행하겠다는 의욕을 고취하지는 못했다.”라고 지적한다.

대략 3년 전 즈음, 알리아 크럼 부교수 연구팀은 ‘스탠포드 주거 및 급식 회사(Stanford Residential and Dining Enterprise)’의 협력 하에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해 보았다. 건강에는 이롭지 않은 메뉴들에 사용되던 표현 어구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형용사들을 선별하였고, 이를 채소 메뉴의 명칭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다음에, 채소 위주로 구성된 메뉴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기대할 수 있도록 풍미를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오렌지 즙을 짜서 바른 당근’(Twisted Citrus Glazed Carrots)’이 바로 그런 과정에서 탄생한 메뉴 타이틀들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같은 채소 위주의 메뉴라 해도, 다소 향락적인 분위기의 식품 명칭이 건강을 강조하는 명칭에 비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 스탠포드에서 미 전역으로

지난해 ‘심리 과학(Psychological Science)’ 저널 10월호에 게재되었던 이 연구 결과는 재생산되며 범위가 확장되었다. 

이후 3개월 사이에 알리아 크럼 부교수와 그녀의 동료들은 미국 내 5개 대학에서 동일한 실험을 반복 실행하였으며, 이어서는 미국 내 57개의 대학으로 구성된 전국 네트워크인 ‘MCURC: Menus of Change University Research Collaborative’ 즉 ‘대학 메뉴 교체 공동 연구’와 협력하여 71 종류의 채소 위주 메뉴에 붙여진 대략 14만개의 명칭을 조사하게 되었다. 

이들이 조사했던 메뉴 명칭들은 각각 맛 위주, 건강 정보 위주 혹은 평범한 형용사가 사용되고 있었으며, MCURC 네트워크의 설립 목적은 대학생들을 위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단 개발이었다.

추가 연구 결과, 역시 메뉴의 명칭이 중요하다는 것이 다시 확인되었다. 구내식당 이용 대학생들은 건강을 강조한 메뉴에 비하여 29% 이상 맛을 강조한 메뉴를 선택하였으며, 평범한 명칭을 사용한 메뉴에 비해서는 맛 강조 메뉴 선택 비율이 14%가 더 높았다. 아울러 학생들이 식사에서 먹지 않고 남긴 양 대비 실제 섭취한 양을 측정한 결과, 채소 섭취량이 39%가 더 많았다.

채소 위주 식단에 맛을 강조한 명칭을 붙일 때는, 실제로 그 맛이 매우 훌륭할 때만 효과가 있었으며 명칭에 사용되는 형용사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Getty Images Bank)
채소 위주 식단에 맛을 강조한 명칭을 붙일 때는, 실제로 그 맛이 매우 훌륭할 때만 효과가 있었으며 명칭에 사용되는 형용사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Getty Images Bank)

이 연구를 통해서 연구원들은 두 가지의 주요 원칙을 발견했다. 하나는 채소 위주 식단에 맛을 강조한 명칭을 붙일 때는, 실제로 그 맛이 매우 훌륭할 때만 효과가 있었다는 것. 한 대학에서는 야채 위주의 식단은 맛이 없다는 고정 관념 때문에, 맛을 강조한 명칭을 사용해도 별 효과가 없었다.

◆ 건강과 만족감

두 번째로 발견한 원칙은 명칭에 사용되는 형용사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알리아 크럼 부교수는 “맛을 강조한 명칭이 통하는 이유는 실제로 맛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효과가 있었던 명칭들은 ‘마늘 맛’ 혹은 ‘생강 맛’처럼 성분을 묘사한 경우도 있었고, ‘로스팅’ 혹은 ‘바비큐’처럼 조리 방식을 강조한 경우, 또 시즐링 혹은 ‘펍 스타일’처럼 경험을 강조하는 단어들도 있었는데, 이런 명칭들은 맛은 물론이고 포만감 혹은 향수 반응 덕분에 효과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어서 ‘오렌지 즙을 짜서 바른 당근’(Twisted Citrus Glazed Carrots)’이 효과 만점이었던 이유는 맛과 긍정적인 경험을 동시에 강조했기 때문인데, 반면에 ‘완전 대박 애호박(Absolutely Awesome Zucchini)’ 같은 경우에는 무엇을 강조하는 지 여부가 모호하기 때문에 실패했다.”라고 설명했다.

알리아 크럼 부교수는 또 “이렇게 맛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트릭은 아니다. 이전에 야채를 먹었던 경험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거울삼아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식품에 대한 주관적이거나 고정된 인식을, 준비하고 묘사하는 방식에 따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던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건강한 식사 문화의 변화

새로운 연구는 보다 더 큰 프로젝트의 일부이기도 하다. 즉 “건강식품이 맛이 없더라도 몸에 좋으니 참고 먹자”라는 식이 아니라, “건강식품이 이렇게 맛도 좋으니 열심히 먹자”로 만들어 가자는 계획인 것이다. 

건강식품이라도 “이 음식은 정말 맛이 훌륭하다”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Getty Images Bank)
건강식품이라도 “이 음식은 정말 맛이 훌륭하다”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Getty Images Bank)

이러한 노력의 일환들 중의 하나로는 스탠포드 SPARQ의 ‘’Edgy Veggies’가 있는데, 이는 알리아 크럼 부교수의 연구에서 시작된 ‘맛 강조 메뉴 명칭’의 활용 방법을 단계적으로 소개하는 가이드이다. 알리아 크럼 부교수와 그녀의 연구 팀은, 연구 결과와 각종 가이드들이 결합하고 실제 산업에도 적용되면서, 궁극적으로는 식습관의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연구의 제1 저자인 브래들리 턴왈드는 “대학생들은 특히나 사회 구성 그룹들 중에서도 야채 섭취 비율이 가장 적다. 대학생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스트레스 속에서 음식 선택 결정을 배워야하는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기에 건강한 식습관과 자기 자신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구축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R&DE 스탠포드 다이닝(R&DE Stanford Dining)의 이사이자 MCURC의 공동 관리자인 에릭 몬텔(Eric Montell)은 “이 연구 덕분에 교내 구내식당에서 메뉴 명칭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를 알게 되었다. 일단은 이 가이드를 스탠포드 구내식당과 MCURC 전체에서 활용하고 있다. 지금은 이렇게 대학 구내식당용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미 전역의 급식 회사들도 이렇게 과학적으로 검증된 가이드를 사용해서, 건강 식단이 맛도 좋다는 점을 홍보하게 되면,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다수의 과학자들은 “이제는 종래의 건강 관련 인식과 전략을 재고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사회 전체에 알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며 “이러한 새롭고 도전적인 연구들을 통해서,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건강 문화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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